두산인프라코어, 8000억 매매대금 분쟁 사실상 승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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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사모펀드 투자사 승소 판결한 원심 파기환송
기업공개 의무 위반 맞지만…매각 방해 단정 안돼
8000억원대 DICC 지분 매수 책임 면할 듯
대법원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두산인프라코어가 중국 사업 확장 과정에서 기업 정보 공개 약정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는 사유로 당한 8000억원대 대금 지급 분쟁에서 사실상 승소했다. 대법원은 두산인프라코어가 중국 사업 투자자들에게 정보공개 의무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면서도, 이 자체가 지분 매각을 방해한 것은 아니라고 결론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14일 오딘2와 시니안, 넵튠, 하나제일호 등 투자사들이 두산인프라코어를 상대로 낸 매매대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 재판이 다시 열리게 됐지만, 대법원이 두산인프라코어의 지분 매수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만큼 사실상 두산의 승소로 마무리 될 가능성이 높다.

재판부는 두산인프라코어가 기업공개(IPO)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하면서도 “두산인프라코어가 오딘2의 자료제공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신의성실에 반해 동반매도요구권 행사 조건 성취를 방해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오딘2와 두산인프라코어가 DICC 주식을 매도하는 상대방이 누구인지, 매각금액이 얼마인지 등이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계약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매도인과 매수인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이 소송에서 오딘2 등이 우선 청구한 금액은 100억원대였지만, 두산인프라코어 측 책임이 인정될 경우 중국 설립 법인 지분을 매수하며 실제 지급해야 할 액수는 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법원 판단에 따라 두산은 오딘2가 주장하는 지분매수 책임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중국 진출 투자 받으며 약속한 기업공개 일부만… 투자사, 매각 방해 주장
두산인프라코어가 중국 옌타이에 위치한 중국법인(DICC)의 20만 호기 굴착기를 생산을 기념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제공]


두산인프라코어는 1994년 중국에 DICC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투자금을 끌어 모았다. 오딘2는 사모투자전문사들이 합작설립한 회사로, 2011년 3월 DICC 지분 20%를 380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계약서에는 두산인프라코어가 증권거래소 상장 요건을 충족하는 범위 내에서 기업공개(IPO)를 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기로 한다는 조항이 기재됐다. 만약 기업공개가 실행되지 않을 경우, 주주가 동반매도요구권(Drag along)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오딘2가 DICC 20% 지분을 매각할 때 두산인프라코어의 지분 80%도 같이 매각하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오딘2로서는 지분 20%만 매각할 때보다 100% 매각이 보장되면 경영권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두산은 DICC 주주간 계약에서 정한 지분매매계약 종결일인 2014년 4월 28일까지 IPO를 시행하지 않았다. 오딘2는 입찰절차를 개시했고, 매수 희망자들로부터 인수의향서를 제출받았지만 매각협상은 진행되지 못했다.

오딘2는 DICC의 주주로서 대주주인 두산인프라코어의 협조가 있어야만 지분 매각을 할 수 있었는데도, 기업정보공개 협조를 하지 않아 손해를 입었다며 2015년 11월 소송을 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법원 결정에 따라 DICC의 중장기사업계획(LRP)의 열람·등사만 허용했다.

매수자 정해진 것만으로 협조 의무 발생? …1,2심 엇갈린 판결
[두산인프라코어 제공]


하지만 1심 재판부는 두산의 책임이 없다고 봤다. 지분 매수자가 결정됐다고 하더라도, 정식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가격 등 거래조건에 대한 구체적인 협상과 합의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러한 과정을 거치기 전 단계에서는 두산인프라코어가 매각을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이었다. 단순히 매수예정자가 결정됐다는 것만으로는 동일한 가격과 거래조건으로 주식을 매도하는 동반매도요구권 효력이 생겼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또 두산인프라코어가 ‘추후 실제로 매각절차를 진행하고 잠재 매수인으로부터 실사자료 요청서를 받는 등 진정성 있는 매각절차가 구체화되는 시점에 실사자료와 관련한 사항을 검토하겠다’고 한 것은 동반매도요구권 조건을 성취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반면 항소심은 오딘2가 두산인프라코어를 상대로 청구한 일부금액인 100억원 전액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동반매도요구권은 그 성질상 20%의 지분을 가진 오딘2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누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어서, 100%매각을 전제로 하는 것이고 소수 주주인 오딘2가 대주주와 동일한 수준으로 DICC를 파악해 매각절차를 준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두산인프라코어는 자신이 약속한대로 동반매도요구권 행사 결과를 수인하는 차원에서 DICC 지분 전체 매각을 위한 자료제공 교청에 협조할 의무가 있다”고 봤다. 또한 DICC가 두산인프라코어와 같은 조건으로 거래를 유지할 수 있는지, 두산이 보유한 지적재산권을 계속 사용할 수 있는지 등에 관한 정보는 매수희망가격을 제출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으로, 이러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매각절차에 협조하기로 한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결론냈다.

전직 대법관만 4명 투입, 대형로펌 소송전 나서


가액이 큰 사건인 만큼 양 측은 대형 로펌을 선임해 소송에 나섰다. 오딘2는 법무법인 세종을 선임했고, 두산은 김앤장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화우, 기업법 전문 로펌인 법무법인 한누리를 대리인으로 내세웠다. 오딘2는 김용담 변호사와 민일영 변호사, 두산 측은 이임수 변호사와 이인복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전직 대법관만 4명이 대법원 단계 변론에 참여했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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