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 2대주주의 가처분소송이 전초전에 불과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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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1.09.23   



2대주주의 가처분소송이라는 돌발변수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던 ㈜한샘의 매각절차에 2대주주의 가처분소송이라는 돌발변수가 생겼다. 금융감독원 공시와 대법원 사건검색자료에 따르면, 한샘의 발행주식총수 8.43%를 보유한 2대 주주 테톤 캐피탈 파트너스(Teton Capital Partners)는 지난 9월 3일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 한샘의 사내이사인 조창걸 등 5인을 상대로 이사 위법행위유지가처분소송을 제기했다. 가처분의 내용은 무엇이고 그 성공가능성은 얼마나 되며, 또 이번 가처분소송 제기가 앞으로 일어날 여러 가지 분쟁의 전초전에 불과한 까닭은 무엇일까?

 

가처분소송의 내용과 전망

 

이번 가처분소송은 지난 7월 14일 한샘의 창업주 조창걸 명예회장측과 사모펀드 운용사인 IMM 프라이빗에쿼티(PE)간에 체결된 주식매각 양해각서(MOU)와 관련하여 제기된 소송이다. IMM PE은 한샘 지분 약 30%와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1조3000억~1조5000억원에 매입하는 방안을 추진하여 왔는데 위 양해각서는 한샘의 최대주주 조창걸외 특수관계인 7인이 보유 주식 전부(30.21%)를 IMM PE가 설립할 투자목적회사에 넘기기로 하는 내용으로서, 본 계약 체결을 위한 실사의 진행, 독점적 협상권 부여, 상호 비밀유지의무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번 가처분소송은 한샘의 사내이사들이 IMM PE에 한샘이 보유한 인허가, 자산, 지적재산권 및 주요 계약들에 관한 자료의 제공 등 기업실사에 협력하는 어떠한 행위도 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금지명령을 구하는 가처분이다. 이번 한샘 매각은 이사회결의와 주주총회 결의가 요구되는 합병이나 포괄적 주식교환이 아니라 장외에서 이루어지는 대주주와 제3자간의 지분매매이기 때문에 2대 주주가 직접 그 매각금지를 청구할 자격은 없다. 하지만 이러한 지분의 매각을 위해서는 회사 경영진이 회사의 자료를 매수인측에 제공하는 등 실사에 협조해야 하는데, 테톤 캐피탈은 이러한 협조가 이사의 전체 주주들에 대한 충실의무나 선관주주의무에 반한다는 것들 들어 이사위법행위가처분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번 가처분소송의 심문기일은 9월 30일 예정되어 있는데 통상 이런 가처분소송의 경우 심문기일을 1회 진행한 후 심문종결을 하고 한 달 내에 결정을 내린다. 따라서 10월 중에는 테톤 캐피탈의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질지 판가름날것으로 보인다. 양해각서 체결 직전 한샘의 주가가 약 11만원가량이었음을 감안할 때 대주주 지분만 주당 22만원이라는 고가에 매매하고 소액주주에게 매각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것은 분명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 하지만 IMM PE나 IMM PE가 설립할 투자목적회사에 참여할 롯데쇼핑이 회사 자산의 약취나 소수주주 축출 등 부정한 목적으로 경영권을 인수한다는 사정을 입증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테톤 캐피탈의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가처분소송은 전초전에 불과할 듯

 

하지만 설령 테톤 캐피탈이 이번 가처분소송에서 승리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한샘이나 한샘의 새로운 대주주가 되기를 희망하는 IMM PE입장에서는 이번 사태를 가벼이 취급하기 힘들다. 무엇보다도 이번 소송은 향후 IMM PE가 양해각서 내용대로 대주주의 지분을 모두 취득하더라도 지배권을 순조롭게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번에 매매대상이 되는 지분은 조창걸 명예회장(15.45%)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포함하여 모두 30.21%에 불과하다. 과반수지분은 물론 1/3 지분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물론 한샘의 자사주가 총 발행주식수의 약 26.6%에 해당하는 6,274,504주에 달하므로 이를 추가로 취득한다면 과반수지분을 확보할 수 있지만 회사의 자사주를 특정 주주에게 수의계약으로 매각하는 것은 위법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 현대증권의 대주주가 KB금융에 지분을 매각하면서 자신의 지분은 경영권프리미엄이 붙은 고가에 매각하고 자사주 지분은 헐값에 매각되도록 하여 주주대표소송이 제기된 적이 있다. 포괄적 주식교환으로 소액주주의 원고적격이 박탈되어 쟁점사안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이번과 같이 2대주주가 공개적인 이의를 제기한 상황에서 이사회가 자사주를 저가에 매각하거나 수의계약으로 지분을 매각할 경우 이사들은 민·형사상 책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한샘의 경우에는 8.43%의 지분을 가진 2대주주 테톤 캐피탈 외에, 6.92%의 지분을 가진 3대주주 국민연금이 버티고 있으며 그 외에도 1%이상을 가진 소수주주들의 지분율이 약 12%, 1%미만을 가진 소액주주들의 지분율이 약 15%정도 될 것으로 보인다. 2,3대주주를 중심으로 기관투자자들과 소수주주들이 단결할 경우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능가할 수 있는 것이다. 테톤 캐피탈 입장에서 볼 때 이번 가처분소송 자체는 쉽지 않겠지만 향후 추가적인 액션을 위한 유효·적절한 전초전을 벌인 셈이다.

 

반복되는 사모펀드의 횡포를 방지하기 위한 제도개선이 시급

 

IMM PE는 과거 태림포장공업의 대주주 지분을 주당 5,334원에 인수한 후 지분 매입 2개월만에 자진상폐를 발표하여 남은 소액주주들의 지분을 3,600원이라는 헐값에 공개매수하고, 전체 지분을 고가에 매각하는 등 소액주주들을 축출하고 경영권 프리미엄을 독점한 이력이 있는 사모펀드운용사이다. 최근에는 의약품생산대행(CMO)업체인 콜마파마의 인수거래를 마친 후 소수주주 할인이라는 기묘한 논리를 내세워 대주주와의 거래가격에 15%의 할인율을 적용한 염가에 소액주주들을 추출하려 하고 있기도 하다. 대주주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독점하고 소액주주들을 헐값에 축출하는 행태가 반복되는 것은 기업의 인수합병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할만한 제도적 장치가 결여되어 있고 이에 대한 법원의 문제의식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악명 높은 한국에서의 경영권프리미엄 독점행태와 이로 인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방지하기 위해 공개매수, 합병, 주식의 포괄적 교환, 자사주 매각, 소수주식 매도청구, 반대주주 매수청구가액 결정 등 지배권 변동 거래와 소수주주 보호에 관한 현행 법제도를 시급히 손질할 필요가 있다.

 

【김주영변호사 jykim@hnr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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