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매도요구권(drag-along)에 관한 첫 대법원 판결, 그 내용과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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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1.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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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매도요구권 등과 관련된 첫 대법원 판결

 

지난 1월 14일 대법원 제3부는 오딘2유한회사 등이 두산인프라코어 주식회사(소송대리인 : 법무법인 한누리 등) 등을 상대로 제기한 매매대금 등 지급청구 사건(대법원 2018다223054)과 관련하여 원고들의 청구를 인용한 항소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지분투자계약과 관련하여 동반매도요구권(Drag-along), 동반매수청구권(Tag-along) 등과 같은 조항들은 빈번하게 사용되어 왔는데, 이번 판결은 동반매도요구권(Drag-along)과 관련하여 처음으로 나온 대법원 판결이다.

 

이 사건의 경과

 

두산인프라코어는 2011년 3월경 ‘3년 안에 중국 증시에 DICC(두산공정기계중국유한공사)를 상장(IPO)해 투자금을 회수하겠다’며 FI들에게 DICC 지분 20%를 넘기고 3800억원을 투자받았다. 당시 계약에는 IPO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FI들이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중인 DICC 지분 80%도 함께 매각할 수 있는 동반매도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이 포함되었다.

 

그러나 이후 3년이 지난 2014년 4월까지 IPO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FI들은 두산인프라코어 측에 DICC 지분을 매수해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DICC 지분 매각절차 의사를 밝히고 이에 필요한 기초자료의 제공을 요청했다. 하지만 두산인프라코어 측은 계약에 동반매도요구권을 규정하면서 충분히 검토했던 사항이므로 복수의 매수희망자로부터 실사자료 요청서를 받는 등 진정성 있는 매각절차가 구체화되는 시점에 자료 제공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에 FI들은 이 사건 매각절차에서의 매수예정자와 매각금액 결정이 동반매도요구권 행사의 조건이라고 보고, 피고 두산인프라코어의 협조의무 불이행에 의하여 위 조건의 성취가 방해되어 그 성취가 의제되었으며, 동반매도요구권 행사에 의하여 원고 지분에 대한 피고 두산인프라코어의 우선매수 의무가 인정되므로, 피고측은 원고에게 주식매매계약에 따른 매매대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은 매수예정자의 결정이 이 사건 동반매도요구권의 효력을 발생시키는 조건이라고 보기 어렵고, 피고 두산인프라코어의 조건 성취 방해행위가 있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하여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그런데 2심은 이러한 1심 판결을 취소하고, 매수예정자와 매각금액 결정은 동반매도요구권 행사의 조건이고, 피고 두산인프라코어가 신의성실에 반해 조건의 성취를 방해하여 민법 제150조 제1항에 따라 조건의 성취가 의제되어야 하는데, 동반매도요구권 행사에 따라 원고 오딘 2와 피고 두산인프라코어 사이에 원고 오딘2 소유의 DICC 지분에 관한 매매계약 체결이 의제되기 때문에 피고 두산인프라코어는 원고 오딘 2에게 그 매매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하여 원고의 청구를 인용하였다.

 

그런데 대법원은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볼 때 원심판단에는 관련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대법원 판결의 이유

 

대법원은 피고 두산인프라코어는 원고 오딘2가 진행하는 매각절차의 상황과 진행단계에 따라 DICC 지분의 원활한 매각을 위해서 적기에 DICC에 관한 자료를 제공하고 DICC를 실사할 기회를 부여하는 등의 방법으로 협조할 의무가 있는데 원고 오딘2의 정당한 자료제공 요청에 합리적인 이유 없이 응하지 않고 불충분한 자료만을 제공함으로써 협조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설령 신의칙에 반하는 협력의무 위반이 있어서 조건 성취를 의제하려고 하더라도 매도주주의 동반매도요구권 행사만으로는 실제 원고 오딘 2와 피고 두산인프라코어가 그 소유의 DICC 주식을 매도하는 상대방이 누구인지, 매각금액이 얼마인지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고 매수예정자와 매각금액을 의제할 수도 없으며, 이와 같이 매수예정자와 매각금액을 특정할 수 없는 이상 조건 성취 방해에 따른 조건 성취를 의제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곧바로 매도주주와 상대방 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법적 효과가 발생하는지를 정할 수도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매수예정자와 매각금액이 특정되었다고 볼 수 없는 상태에서 조건 성취 방해에 따른 조건 성취를 의제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곧바로 매도주주와 상대방 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법적 효과가 발생하는지를 정할 수 없으므로, 이러한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피고 두산인프라코어가 원고 오딘2에 입찰절차 진행에 필요한 투자소개서 작성을 위한 자료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은 행위만을 이유로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의 성취를 방해한 것으로 보기 어려울 뿐 아니라 민법 제150조 제1항에 따라 원고 오딘2와 피고 두산인프라코어 사이에 원고 오딘 2 소유의 DICC 지분에 관한 매매계약 체결이 의제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이 시사하는 바

 

이 사건은 주주간 협약서에 자주 등장하는 동반매도요구권의 의미와 그 효력, 이를 둘러싼 법리 등이 문제된 최초의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원심의 판결이 그대로 유지되었을 경우 두산인프라코어로서는 지분 매각절차를 방해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지분을 상대방으로부터 매수해야 할 법률적 또는 계약적 의무가 없음에도 상대방에게 투자금에 더하여 고리의 수익금까지 보전하여 주는 것과 같은 결론에 이르게 되는데, 대법원은 양 당사자 사이의 균형 있는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지분투자의 본질 및 정의와 형평에 부합하는 판결을 내렸다. 앞으로 주주간 협약서 등에 동반매도요구권을 구체적으로 정하거나 관련한 법적 분쟁이 발생하였을 때 위 대법원 판결이 시금석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임진성 변호사/공인회계사  jslim@hnr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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