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사례를 통해 살펴본 2020년 상법개정의 효과]-③ 한진칼 사례를 통해 살펴본 소수주주권 행사요건 선택적 적용 명문화의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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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0.12.16   


9ba0058b429264228655ac8e43e9a630_1608097256_4418.jpg개정상법, 소수주주권 행사요건에 관한 선택적 적용설 채택

 

2020. 12. 9.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 상법(이하 ‘개정 상법’)은 상장회사의 주주가 상장회사 특례규정에 따른 소수주주권과 일반규정에 따른 소수주주권을 선택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하였다. 상법 제542조의2 제2항은 “이 절은 이 장 다른 절에 우선하여 적용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그로 인하여 상법 제3편 제4장 제13절 상장회사에 대한 특례규정이 제4장 주식회사에 관한 일반조항의 특칙인지(특칙설), 아니면 선택적 적용사항인지(선택적 적용설) 문제되고 있었다. 이에 대해서 개정 상법은 제542조의6 제10항에서 “제1항부터 제7항까지는 제542조의2제2항에도 불구하고 이 장의 다른 절에 따른 소수주주권의 행사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규정을 신설하여, 명문으로 상장회사 특례규정에 따른 소수주주권과 일반규정에 따른 소수주주권이 선택적 적용사항임을 확인하였다.

 

상장회사 특례규정과 상법상 일반규정의 적용순위에 관한 기존 논쟁

 

특칙설은 상법 제542조의2 제2항이 “우선하여 적용한다”고 정하고 있으므로, 상장회사에 대하여는 제13절을 우선하여 적용하여야 하고, 특례조항에서 정함이 없는 사항에 대하여만 제4장 회사편의 일반 규정이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법의 적용을 받는 상대방에 따라 일반규정과 특별규정을 선택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나 특별규정을 둔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선택적 적용설은 제13절이 특례조항으로서 일반조항에 비해 우선 적용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모든 경우에서 회사편의 일반조항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개별 특례조항의 입법취지 및 조문 형식, 적용대상인 법률관계의 성격 등을 고려하여 해당 특례조항과 일반조항이 양립 가능하다면 해당 특례조항이 일반 규정에 반드시 배타적으로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소수주주권 행사에 관하여 보면, 상장회사의 경우 비상장회사에 비하여 지분분산도가 높고, 일반적으로 규모가 크다는 점을 고려하여 주식 보유 요건을 100분의 3 이상에서 상장회사의 경우 100분의 1 이상으로(각 소수주주권마다 주식 보유 요건이 다르지만, 편의상 100분의 1 이상이라고 한다) 완화하는 대신, 소수주주가 그 권리를 남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6개월의 보유 기간 요건을 추가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규정에서 정한 소수주주권 행사요건을 갖추었다면, 입법취지에서 밝힌 ‘적은 지분으로 소수주주권을 남용하는 우려’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상장회사 특례규정을 적용하여 굳이 6개월의 보유기간을 요구할 필요는 없다고 보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대법원 판례는 없지만, 하급심 판례는 선택적 적용설과 특칙설로 입장이 나누어져 있다.

 

한진칼 사례에서는 무엇이 문제되었나

 

채권자는 주식회사 한진칼(이하 ‘한진칼’)의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3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소수주주로서 2019. 1. 31. 상법 제363조의2에 따라 회사의 경영진에게 이사 선임에 관한 의안 등을 2019. 3.경 개최될 정기주주총회의 목적사항으로 상정할 것을 제안하였다. 그런데 회사의 경영진은 상장회사인 한진칼에는 상법 제363조의2가 적용되지 않고, 위 주주는 특례조항이 정한 6개월의 주식 보유 기간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하면서 소수주주의 이사 선임 등에 관한 제안을 거부하였다. 이에 소수주주는 2019. 2. 21. 상법 제363조의2에 따른 주주제안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한진칼 등을 상대로 법원에 의안상정가처분 신청을 하였다.

 

이에 대한 제1심과 제2심의 판단은 서로 달랐다. 제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19. 2. 28.자 2019카합20313 결정)은 상장회사 특례규정이 일반조항의 적용의 배제하는 규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상장회사의 주주는 6개월의 주식 보유 기간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일반규정에서 정한 소수주주권 행사요건을 갖추고 있으면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아, 소수주주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였다. 반면 제2심(서울고등법원 2019. 3. 21.자 2019라20280 결정)은 상장회사 특례규정은 회사법의 일반조항의 적용을 배제하는 특례규정에 해당한다고 보아, 제1심 결정을 취소하고 소수주주의 위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였다.

 

제1심과 제2심이 서로 다르게 판단한 것은 ‘우선하여’라는 용어의 해석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우선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앞서 다루어지거나 특별히 여겨진다는 의미이다. 이와 같은 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고려하면, 상장회사 특례조항에 따라 주식회사에 관한 일반조항이 일률적으로 배척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개별 특례조항과 일반조항을 비교하여 그 내용이 상충하는 경우에는 특례조항이 일반조항에 비해 우선적용 됨에 따라 일반조항은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는 ‘특별법 우선의 원칙’을 적용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특별법 우선의 원칙이란, 일반법과 특별법 관계에서 특별법이 규율하고 있는 상항에 대해서는 특별법의 규정이 우선적으로 적용되고 일반법의 규정은 특별법 규정에 모순, 저촉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2차적으로 적용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위 한진칼 사례의 경우, 소수주주의 주주제안권 행사에 관한 상장회사 특례규정과 회사편의 일반조항이 상충하는지 아니면 양립가능한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진다.

 

제4장 주식회사

제3절 회사의 기관
제363조의 2(주주제안권)
①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3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는 이사에게 주주총회일의 6주 전에 서면 또는 전자문서로 일정한 사항을 주주총회의 목적사항으로 할 것을 제안할 수 있다. 


제13절 상장회사에 대한 특례
제542조의6(소수주주권)
② 6개월 전부터 계속하여 상장회사의 의결권 없는 주식을 제외한 발행주식총수의 1천분의 10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소유한 자는 제363조의2에 따른 주주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소수주주는 우선, 상장회사 특례조항에 따라 ① 6개월 이상(보유 기간), ②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1 이상(지분 요건)에 해당하는 주식을 소유하면 회사의 이사에게 주주제안을 할 수 있다. 만약 소수주주가 위 보유 기간이나 지분 요건 중 어느 하나라도 만족하지 못한다면 상장회사 특례조항에 따른 주주제안권은 행사하지 못한다. 그 다음으로 해당 소수주주가 회사의 주식 100분의 3 이상을 소유하고 있으면 일반규정인 상법 제363조의2에 따라 회사의 이사에게 주주제안을 할 수 있다. 상장회사 특례조항과 일반조항을 문언 그대로 적용해 보면, 두 규정은 서로 모순되거나 저촉되지 않고 양립 가능하다.

 

제2심은 상장회사의 소수주주의 경우, 회사의 주식을 100분의 3 이상 소유하고 있더라도 6개월 이상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인데, 주주제안권 행사에 관한 상장회사 특례규정과 회사편의 일반조항이 어떻게 모순, 저촉된다는 것인지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개정 상법 시행의 효과

 

한진칼을 상대로 한 소수주주권 행사요건에 관한 서울고등법원의 결정 이후에도 하급심 판례는 선택적 적용설과 특칙설로 입장이 계속 나누어졌다. 최근 하급심 결정(서울남부지방법원 2020. 12. 3.자 2020비합100140 결정)에서도 법원은 상장회사 특례조항은 일반조항의 적용을 배제하는 특별규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선택적 적용설을 따랐다.

 

이러한 실무상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개정 상법은 제542조의2 제2항 즉, 상장회사 특례조항이 우선한다는 규정에도 불구하고 일반조항에 따른 소수주주권의 행사에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정하여, 상장회사의 주주가 6개월 이상 보유 기간을 만족하지 못한 경우라 하더라도 일반조항에 따른 소수주주권의 행사요건을 갖추고 있으면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것으로 하였다.

 

결국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소수주주의 권익을 보호하려는 상장회사 특례조항의 본래 입법취지에 따라, 개정 상법 시행 이후 일반조항에서 정한 100분의 3 이상의 주식을 소유한 소수주주는 상장회사의 경우에도 6개월 이상 보유 기간에 관계없이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될 예정이다.

 

【박상욱 변호사 swpark@hnr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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