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한 합병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구제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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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0.08.25   


792b63482ed85ef5b4e5af21a7875d57_1606908559_6515.jpg불공정한 합병이란?

 

회사의 합병은 두 개 이상의 회사가 계약에 의하여 신회사를 설립하거나 또는 그 중의 한 회사가 다른 회사를 흡수하고, 소멸회사의 재산과 사원(주주)이 신설회사 또는 존속회사에 법정 절차에 따라 이전ㆍ수용되는 효과를 가져오는 회사법적 계약을 의미한다. 원칙적으로는 합병계약에 참여하는 각 회사들은 상대방과의 합병 논의 과정에서 최대한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도록 최선을 다하므로, 소멸되는 회사는 흡수의 대가로 최대한 많은 가치를 인정받으려고 할 것이고 반대로 존속회사는 합병의 대가로 최대한 적은 경제적 대가를 지불하려고 할 것이다. 이는 사적 계약의 거래가격 문제이므로 각 당사자의 사적자치에 맡기면 될 문제이다.

 

그런데 각 당사자가 독립적인 지위에서 각자의 이익을 위하여 협상하는 합병이 아닌, 일방의 이익을 위하거나 특정 주주를 위하여 제대로 된 협상 없이 합병 내용이 정해질 수 있으며(공통의 지배주주가 존재하는 계열사 간의 합병 등), 위와 같은 합병으로 인해 각 회사 내부의 주주 간, 특히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많은 합병 사례 중 특히 계열회사 간의 합병 등이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데, 경영권 승계 상황에서 왜곡된 합병비율로 인해 일반 주주들이 피해를 입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합병비율의 산정의 바탕이 되는 주식가치의 산정

 

합병비율이란 소멸법인의 주주에게 존속법인의 주식 몇 주를 교부할 것인지를 비율로 나타낸 것으로, 각 기업의 주식가치를 평가한 후 평가액을 각자의 주식수로 나누면 1주당 평가가치가 산정되며, 1주당 평가가치 상호간의 비율이 합병비율이다. 합병은 사법적 거래이므로 합병비율 역시 당사자 간의 교섭에 따라 결정되어야 할 문제로 보이나, 법은 합병비율 및 산정의 바탕이 되는 주식가치의 산정을 자본시장법 시행령, 증권의 발행 및 공시에 관한 규정 등에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법령 등에 의하면, 합병비율의 산정은 상장법인의 경우 이사회결의일 또는 합병계약일의 전일을 기산일로 하여 최근 1개월간 평균종가, 1주일간 평균 종가, 최근일의 종가를 산술평균한 가액을 기준으로 30%(계열회사 간의 합병의 경우 10%) 범위 내에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비상장법인과의 합병비율의 산정은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가중산술평균한 가액으로 정하되 회계법인 등의 외부기관에 합병비율의 공정성에 대해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규정에 의한 합병비율 산정에 대해서도 합병비율의 불공정성을 주장할 수 있는지?

 

합병계약의 당사자가 특정 주주에게만 유리한 합병비율을 산정하기 위해 주가관리를 하는 경우, 혹은 비상장법인과의 합병의 경우 자산가치 및 수익가치를 왜곡시킨 후 합병계약이 이루어지는 경우, 규정에 의한 합병비율의 산정임에도 불구하고 주주가 합병비율의 부당함을 주장할 수 있는지 문제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사안(서울고등법원 2015. 7. 16. 결정 2015라20503 결정, 현재 사건 번호 2015마4216호 사건으로 대법원 계류 중)에서는 관련 규정에 의한 합병비율 산정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주주들은 관련 규정은 합병비율의 산정을 위한 일응의 기준에 불과할 뿐, 실질적인 자산가치, 수익가치, 상대가치 등의 요소가 고려되지 않은 채 주가의 시장가격이 왜곡되었으며, 합병 시기가 부당하다는 점 등을 문제 삼았다. 서울고등법원은 위 사안에서 합병비율의 기준이 된 주가가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행위, 부정거래행위에 의해 형성된 것이라는 등의 사정이 없는 이상 합병비율이 현저히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으나, 이를 반대해석하면 시세조종이나 부정거래행위를 입증할 수 있다면, 규정에 의한 합병비율 산정에 대해서도 불공정한 합병비율임을 주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합병반대 주주의 구제수단

 

1) 합병무효의 소

 

대법원은 합병비율의 불공정을 합병무효의 소로 주장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합병비율을 정하는 것은 합병계약의 가장 중요한 내용이고, 그 합병비율은 합병할 각 회사의 재산 상태와 그에 따른 주식의 실제적 가치에 비추어 공정하게 정함이 원칙이며, 만일 그 비율이 합병할 각 회사의 일방에게 불리하게 정해진 경우에는 그 회사의 주주가 합병 전 회사의 재산에 대하여 가지고 있던 지분비율을 합병 후에 유지할 수 없게 됨으로써 실질적으로 주식의 일부를 상실케 되는 결과를 초래하므로, 현저하게 불공정한 합병비율을 정한 합병계약은 사법관계를 지배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공평의 원칙 등에 비추어 무효이고, 따라서 합병비율이 현저하게 불공정한 경우 합병할 각 회사의 주주 등은 상법 제529조에 의하여 소로써 합병의 무효를 구할 수 있다(대법원 2008. 1. 10 선고 2007다64136 판결)고 하여, 합병비율의 불공정 또한 합병무효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의 변동을 가져오는 합병 무효의 소에 대해 법원은 매우 엄격한 요건을 요구하고 있다. 위 판례 사안(대법원 2008. 1. 10 선고 2007다64136 판결)에서 대법원은 관련 법령이 정한 요건과 방법 및 절차 등에 기하여 합병가액을 산정하고 그에 따라 합병비율을 정하였다면 그 합병가액 산정이 허위자료에 의한 것이라거나 터무니없는 예상 수치에 근거한 것이라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합병비율이 현저하게 불공정하여 합병계약이 무효로 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상법 상으로도 재량 기각의 규정을 두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무효의 소의 1심 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10. 19 선고 2016가합510827 판결, 현재 서울고등법원 2017나2066757 사건으로 2심 계류 중)에서 1심 법원은 관련자에 대해 뇌물공여로 인해 형사판결이 유죄로 확정되고, 관련 판결에서 합병이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고 인정하였음에도, 경영상의 합목적성이 있고, 경영권 승계가 합병의 유일한 목적이 아니며, 지배력 강화를 위한 합병이 부당하여 무효라고 볼 수 없다는 점, 합병비율이 규정에 따라 산정되었다는 점, 원고가 주장하는 바와 같은 주가 누르기, 주가의 시세조종 행위 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합병이 무효가 아니라고 판시하였다.

 

2) 주식매수청구권

 

주식매수청구권은 회사의 주요 지배구조의 변경 및 주주의 이해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회사의 결정에 반대하는 주주가 {상법 제374조의2(영업양도), 522조의3(합병), 530조의11 제2항(분할합병), 자본시장법 제165조의5 제1항} 회사에 대해 공정가격으로 자신의 주식 전부를 회사에 대해 매수청구할 수 있는 권리이다. 주주는 합병승인 주주총회 전 반대의 서면통지 후 주주총회 승인결의일로부터 20일 이내에 서면으로 매수청구를 하면 된다.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때 절차적으로 주주총회 전에 합병반대의 의사 통지를 하여야 하고(주주총회에 출석하여 반대의 투표를 할 필요는 없음), 주주총회 결의일로부터 20일 이내에 서면으로 회사에 대한 매수청구권을 행사해야 한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시 공정가격은 주주와 회사 간의 협의로 정하고(상법 제374조의2 제3항), 협의가 되지 않는 경우 당사자 있는 비송사건(비송사건절차법 제86조의2)으로 처리된다. 비상장회사의 경우 주식의 공정가격 산정이 어려워 분쟁의 소지가 많다. 대법원은 주식매수청구권의 매수가액은 시장가치, 순자산가치, 수익가치 등의 종합적으로 활용하되, 당해 회사의 상황이나 업종의 특성, 위와 같은 평가요소가 주식의 객관적인 가치를 적절하게 반영할 수 있는 것인지, 그 방법에 의한 가치산정에 다른 잘못은 없는지 여부에 따라 평가요소를 반영하는 비율을 각각 다르게 하여야 한다고 판시(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4마1022 결정)하고 있다.

 

상장회사의 경우에는 자본시장법 제165조의 5 제3항, 동 법 시행령 제176조의7 제3항에 따라 거래일 이전의 일정기간 평균가액으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의 삼성물산 합병 반대 주주들의 주식매수가격 결정사건에서(서울고등법원 2016. 5. 30 자 2016라20189, 20190(병합), 20192(병합) 결정, 현재 대법원 2016마5394 사건으로 계류 중) 법원은 원칙적으로 시장주가를 참조하여 매수가격을 산정하여야 하나, 반드시 규정에서 정한 산정 방법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여 그에 따라서만 매수가격을 산정하여야 하는 것은 아니고, 공정한 매수가격을 산정한다는 매수가격 결정신청사건의 제도적 취지와 개별 사안의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여 이사회 결의일 이전의 어느 특정일의 시장주가를 참조할 것인지, 또는 일정기간 동안의 시장주가의 평균치를 참조할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76조의7 제3항 제1호에서 정한 산정방법에 따라 산정된 가격을 그대로 인정할 것인지 등을 합리적으로 결정할 수 있고, 이 경우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자본시장법 시행령 제176조의7 제3항 제1호를 원칙적으로 존중하여야 한다고 판시하며, 보통주 매수가를 합병설이 나오기 전인 2014년 12월 18일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한 뒤 원고패소 판결한 1심을 취소하고 삼성물산이 제시한 가격(주당 5만7234원)보다 9,368원 높은 6만6602원으로 정한다고 결정했다.

 

결론

 

불공정한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우선 주주총회에서 반대의견을 표시할 수 있고, 사후적으로 합병무효의 소를 제기할 수도 있다. 다만, 다수의 이해관계인의 법률관계의 변동을 가져오는 합병 무효의 소에 대해서는 엄격한 요건이 요구되므로,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그 외에도 이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추궁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상민 변호사 smlee@hnrlaw.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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